8.5 / 10
전작의 강점을 업그레이드했지만, 약점도 답습해버린 아쉬움. 중간중간 맥이 끊기는 부분이 있음에도 완성도를 해치는 정도라고 느껴지진 않습니다.
훌륭한 수미상관
유럽 신화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며, 크레토스의 신으로서의 고뇌와 아버지로서의 성장을 완벽에 가까운 수미상관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전작에서 뿌려둔 복선들을 회수하며 '피로 얼룩진 과거'를 뒤로하고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서사는 묵직한 감동을 줍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주인공에게 이보다 더 깔끔하고 명예로운 예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서사가 정교합니다.
웅장한 액션 시퀀스 연출
게임 시작부터 입에서 '개쩐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압도적인 스케일의 연출과 화면을 가득 채우는 박진감은 소니 퍼스트 파티 게임의 저력을 다시 한번 증명하죠. 여기에 상황에 맞춰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웅장한 OST까지 한몫 거들면서, 패드를 잡고 있는 내내 블록버스터 영화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전율을 느끼게 합니다.
적절한 레벨 밸런스
전투의 난이도가 너무 쉽지도, 그렇다고 불쾌할 정도로 어렵지도 않게 아주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세팅해야 할 무기와 방어구, 스킬, 그리고 보조 캐릭터의 가짓수가 대폭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수치 계산 없이 직관적인 선택만으로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죠. 메인 스토리만 빠르게 밀고 싶은 라이트 유저부터 히든 보스까지 싹싹 긁어 먹는 하드코어 파밍 유저들까지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밸런스라고 봅니다.
갓 오브 퍼즐
전작의 퍼즐 요소가 그렇게들 재밌다고 리뷰를 남기셨는지, 이번 작에도 아주 낭낭하게 퍼즐을 때려 박아놨습니다. 메인 길을 뚫을 때도 퍼즐, 히든 요소를 찾을 때도 퍼즐입니다. 신나게 몹들을 패다가 고요한 필드에서 혼자 도끼 던지고 도르래 돌리고 있으면 현타가 제대로 옵니다. 목적지는 바로 눈앞에 보이는데, 정작 가는 방법을 찾느라 플랫폼을 뺑뺑 도는 크레토스를 보고 있으면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르죠. 그리스 3부작 리메이크 소식이 들리던데, 제발 꾸역꾸역 퍼즐 좀 그만 넣었으면 좋겠네요.
급하게 진행되는 스토리와 마무리
프랜차이즈 전체를 아우르는 수미상관은 훌륭했지만, '라그나로크' 단일 작품만 놓고 본다면 전개 속도가 너무 가파릅니다. 분명 기승전결은 다 있고 시퀀스별 임팩트도 확실하지만, 문제는 속도 조절입니다. 아무리 맛있는 코스 요리라도 셰프가 접시를 뺏듯이 내놓으면 체하기 마련인데, 이 게임이 딱 그렇습니다. 3부작으로 나눠서 시퀀스 사이의 연결점을 보완하고 설득력을 높였다면 훨씬 더 깊은 여운을 남기지 않았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