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결말이 너무 싫다. 감정이 너무 오래 남아 나를 감싸기 때문일까. 좋게 말하면 여운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후유증을 남긴다. 나는 무언가를 남기는 걸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흔적을 남기는 걸 좋아한다. 아니, 집착한다. 내가 여기에 있었고, 그 시간 그 순간에 존재했다는 것을. 추억은 하나의 기록이고, 역사라고 생각한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인간의 기록도 소중하다. 동시에, 인간의 추억이나 기억이 소멸 되는 것에 극도의 거부감을 느낀다. 유에서 무로 가는 자연의 이치를 나는 혐오한다. 아니, 거부한다. 그리고 끝까지 저항한다. 너무 애절하니까. 너무 안타까우니까. 특히 아름다운 기억일수록 더더욱. 아직도 나는 이 철학적인 질문에 답을 내리지 못한다. 저항하지만, 자연의 섭리이니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영원히 기억되고 싶고, 남고 싶다. 그래서 이 게임은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나를 압박한다. 내가 바라던 세계는 결국 존재할수 없었고, 그로 인해 다른 세계선의 사람들의 기록이 지워진다. 또한, 선의로 만든 세계선이 누군가에게는 지옥이 되고, 내가 극도로 혐오하고 부정하는 ‘무(無)로의 귀결’을 반복한다. 결국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세계선이, 나로 인해 만들어지고 그 인과가 더 큰 혼돈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지운다. 이런 이중적인 내 행동이 너무 고통스럽다. 나를 기억해 달라는 인물의 목소리에 무너진다. 그토록 내가 바라던,“영원히 기억되고 싶다”와 완전히 겹쳤니까. 그런 널. 널. 어떻게 잊겠니. 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