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RPG 왕위 계승전의 화려한 승자. 파티에 어울리지 못하는 나는 초라한 소시민.
메타크리틱 94점, IGN 2024 올해의 게임, TGA 2024 RPG 및 내러티브 부문 수상, 2025년 일본 게임 대상 대상 수상.
메타포:리판타지오(이하 메타포)가 어떤 게임인지 설명하기 어렵다면, 그냥 수상 실적을 나열하면 된다. ATLUS라는 네임 밸류까지 더해지면, 이 게임을 접하지 않은 사람들의 기대치는 한껏 고양된다.
그렇지만, 게임 플레이를 끝내고 나서 든 생각은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린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었다. 수상 실적을 몰랐더라면, 유명한 회사의 작품이라는걸 몰랐더라면... 분명 이 게임은 최고의 게임이다.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니까. 나는 그 화려한 조명들과 먹음직스런 음식들이 넘치는 JRPG 왕의 대관식 구석에서, 음식을 잠깐 깨작대고, 무대를 한번 쳐다본다음, 처진 어깨로 돌아서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느낀 가장 확실한 장점은 전투다. 진여신전생이나 페르소나 시리즈를 한번도 접해본 적이 없는 나같은 사람들도 아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반턴'의 묘미가 있다. 약점 공략이 단순한 피해량 펌핑에 그치지 않고, 다음 행동에 크게 영향을 준다. 파티 안에서 누구에게 기회를 먼저 줄지, 어느 시점에 턴을 넘겨줄지, 언제 공격을 몰아칠지 같은 판단이 '반턴'에 의해서 계속해서 발생한다. 각자가 기회를 받는 일반적인 턴제가 아닌, '파티 차원에서 관리하는 턴'은 선택에 따른 비용과 편익을 더 높은 차원에서 생각하게 한다.
파티 빌딩 역시 만족스러웠다. 아키타입을 바꾸면서 해금되는 패시브를 조합해 빌드를 만들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선택지가 넓어진다.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하고, 그 과정에서 퍼즐조각을 수집하고, 필요에 맞게 조립하여 사용하는 것. 익숙한 맛이며 전투 재미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준다.
진행 방식에서도 장점이 있다. 필드 액션과 스쿼드 전투가 분리되어 있어서, 이동 중 발생하는 전투가 과도하게 늘어지는 느낌을 줄였다. 전투 진입이 잦은 JRPG에서 흔한 피로를 완화해주는 설계다.
연출과 UI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비용보다 편익이 훨씬 크다. 편의성이나 시인성 같은 기능의 측면에서는 불편하거나 과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아주 뚜렷하게 이 게임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반대로 서사는 개인적으로 불호가 가장 심한 지점이었다.
스토리에 대한 불만을 10줄 정도 적다가,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지워버렸다. 이 게임은 내러티브 상을 받은 게임이니까. 게임의 스토리에 만족하지 못하는건 피상적으로 게임을 즐긴 내 탓이 아닌가? 나이가 들어버린 내 탓이 아닌가? JRPG라는 장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떼쓰는 내 탓이 아닌가? 배경지식이 부족한 멍청한 나의 탓이 아닌가? 나는 모르겠다.
메타포는 강렬한 초반 설정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왕의 사후에 왕위 계승전이 열리고, 인기 순위가 경쟁을 좌우한다는 구조가 무척 흥미롭다. 다만 이 게임은 그 소재를 “플레이로 체감되는 위기”로 연결하는 데는 소극적이다. 소재가 선거전처럼 보이는 만큼, 선택에 따라 랭크가 하락하거나 경쟁 구도가 흔들리는 상황이 있어야 긴장이 생겼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 게임에서 랭크는 단순한 UI며, 진행을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쪽에 가깝다. 그러다보니 덩달아 '일정'을 선택하는것도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어차피 큰 줄기를 따라가면 결과는 정해져있기 때문에, '일정 매니지먼트'의 의미가 다소 퇴색되는 부분이 있다. WRPG의 프랙탈식 분기를 원하는것이 아니다. 적어도 선택에 따른 결과가 의미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던전은 복붙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좀 있고, 탐험 설계를 그렇게 정교하게 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길찾기에 다소 퍼즐적인 요소들이 쓰이는 맵이 있지만, 그보다는 이동-전투가 중심이 되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난이도와 피로도는 낮은 대신, 탐험의 재미도 다소 약하다.
메타포는 나에게 나쁘지 않은 게임이다. 그래서 예/아니오로 이분법적 선택을 요구하는 스팀평가에서는 '예'를 누를 것이다. 엔딩을 보지 못하고 중도하차한 몇몇 JRPG게임(씨 오브 스타즈 라든지)들을 떠올려보면, 더더욱 그런 확신이 든다. 그렇지만 쏟아지는 찬사와 수상 실적에 한껏 기대치를 부풀리고 오면 오히려 기대감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역설적으로, 초청받지 않은 손님이 훨씬 더 재밌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